쿼카 : 우리가 지난번에 자유주의와 구조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것에 대한 대안으로 후기 구조주의를 이야기했잖아.
성매매에 대해 개인의 선택으로 보는 것이 자유주의적 관점인 건데 그 산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구조가 존재해. 그런데 지은희 여성부 장관이 말한 것처럼 ‘여성들이 스톡홀롬 증후군에 빠져 포주의 꼭두각시처럼 움직인다’고 하는 것은 그 안에서 여성의 개별성과 행위를 무시하는 관점이야. 그래서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프레임이 필요해.
💡성매매 산업규모 및 운영구조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조직범죄단체의 불법적 지하경제 운영실태와 정책대안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성매매 시장 규모는 30조원에서 37조원이라 밝히고 있다.
대략 성매매 시장을 30조라고 봤을 때, 커피시장의 4배, 영화시장의 13배 정도다.
바기: 사람들이 그렇게 커피를 많이 마시고 영화를 많이 보는데 그것의 4배 13배라고? 너무 음지화된 산업인 것 같은데 규모가 생각보다 커서 놀랐어.
의정부역 바로 뒤에 그런 업소들이 많이 있었어. 빨간 등이켜저 있고, 밖이 커튼으로 되어 있는데. 노출이 많은 한복을 입은 여자들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어. 그 업소들을 보고 성매매에 대해 나는 무조건 엄청 ‘악’ 나쁜 것 이라 생각하고 그래서 성매매업소는 무조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최근에 파주에 용주골 성매매 여성들이 투쟁을 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단편적으로 성매매를 봐서는 안된다는 걸 알았어. 단순히 나쁘고 괜찮고의 문제가 아닌 거야. 경기 북부(동두천, 의정부, 파주 등)에는 원래 그런 업소들이 일시적으로 허용됐고 따라서 관련 산업이 확장됐었어. 주한미군기지 때문이었지. 한때는 달러벌이를 하는 애국자이자 양공주로써 성매매 종사자들을 직접 관리했는데 근대에는 여성 인권의 후퇴에 일조하는 ‘창녀’라고 부르며 흔적을 지우려고 하잖아.
국가의 필요에 의해서 동원된 여성들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갑작스럽게 일자리를 잃게 된 거야. 이거는 생존권의 문제와도 닿아있기 때문에 성매매를 ‘나빠’ ‘없어져야 해’ 라는 시각으로 보면 놓치는 지점들이 많은 것 같아.
쿼카: 맞아 사실 과거에 미군 기지촌 성매매 집결지에서는 국가가 포주의 역할을 했잖아. 그곳만을 예외의 구역으로 두고. 그리고 국가가 나서서 기생 관광산업을 했고. 그런 걸 보면 국가가 여성의 신체와 섹슈얼리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인데 그 필요를 다하니까 없애겠다고?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을 철거해 버리는 거잖아.
바기: 성매매 방지법이 있지만, 그것마저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어. 시대의 한계에 따라서 없어져야 하는 수순이라고 보기에는 아까 봤듯이 산업이 너무 너무 커져 있고, 다른 산업에 비해서 음지화 되어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논의를 해야 하는 것 같아. 나쁘고 좋은 것만으로 보면 간과하는 것들이 있는데 한번 봐보자.
성매매 방지법은 2004년도에 제정되었어. 근데 이 또한 국제적인 흐름에서 한국의 성 산업이 너무 비약적으로 발전되어 있으니까 국제적 망신을 덜고자 제정한 맥락이 있었단 말이야. 근데 여기서 맹점은 성매매 여성 모두가 보호받지 못하도록 여성들을 피해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한 거야. 실제 성매매 피해자이더라도 스스로 ‘성매매 피해자’임을 증명하지 못하면 ‘자발적인 성매매 행위자’로 구분되어 법적인 처벌을 받는 게 지금의 현실이야. 그래서 '성매매 피해자'는 사문화된 조항에 가깝다고 해.
*성매매피해자: 위계, 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
쿼카: 바기 말처럼 한국 사회는 성매매 여성을 ‘범죄자’로 여기기 때문에 성노동을 하다 적발되면 전과자의 신분과 사회적 낙인 속에서 살아야 해. 이러한 사회적 지위와 낙인에도 불구하고 ‘빈곤’의 궁지에 몰려 일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그리고 성매매 여성은 ‘불법적인 노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제1, 제2 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어. 그래서 자연스럽게 제3(제4)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게 되고, 한번 제3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면 제1금융권 대출은 불가능한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야. 그렇게 성매매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 상품이 생겼대.
또한 이러한 사회적 지위로 인해서 불법 촬영 피해나 모든 성폭력 피해의 위험성이 아주 높아. 성폭력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업소들도 있어.
청소년의 경우 가정폭력을 피해 가출한 상태에서 갈 곳이 없어 성노동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있어. 이러한 배경들 그리고 이외의 여러 원인으로 인해서 성매매 공간에서의 위계와 위력은 잘 드러나지 않아.
바기: 성매매에 종사하게 되는 여성 중에는 청소년도 많고, 사회 취약계층이 이 산업에 흡수되기 쉬운데, 거기 한번 발을 들이는 순간 다시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인 거잖아. 그리고 특히 성매매는 극단적인 꾸밈 노동과 경쟁 구도 속에서 착취되고 있어.
성산업 뒤에 성형이나 미용 산업이 내밀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너무 충격이었어. 결국 여성의 성을 구매 하는 남성을 위한 꾸밈노동이고. 그런 사람들에게 ‘된장녀’, ‘쉽게 돈을 버는 사람’으로 프레임이 씌워지는 사회와 산업구조가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
쿼카: 구조적 폭력뿐 아니라 그 안에서 분명한 위계가 존재하는 산업인 거고. 포주와 구매 남성과 성매매 여성 간의 위계가 굉장히 뚜렷한 산업이잖아. 그래서 노동환경 자체도 굉장히 폭력적일 수밖에 없고 음지화 된 산업이고 사문화된 법 때문에 경찰의 보호도 받을 수 없어.
그런 폭력에 노출되는 것뿐만 아니라 정체 모를 다이어트약 등을 먹다가 돌연사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은데 대부분 ‘단순 사망’으로 처리되어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아. 유가족도 성매매 여성의 죽음을 쉬쉬하거나 업주가 위로금을 주고 장례를 치르겠다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