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기: 기사에서 아빠가 포르노 결제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고 하잖아. 여기에는 포로노가 시사하는 폭력적인 관행들이 문제시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담겨있어. 여성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게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포르노 사고방식’으로 자란 아이들이 잘못된 성 관념을 가지는 건 어쩌면 당연해.
쿼카: “남자애들? 다 그런 거 보면서 크는 거지”가 디폴트잖아. 그러니까 그곳에서 습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게 되어버리고.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한국에서 아예 안 하는데 포르노의 그 장면만 본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이가 얼마나 충격적이었겠어. 엄청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빠가 괜찮다고 했을 때의 당황스러움..? 그 뒤로 그런 남자애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이 기사가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 같아. 그런데 너무 현실적이어서 그런 건지 이 기사를 보면서 읽기 힘들고 불편했어. 이 불편함이 어디서부터 오는 건지 잘 모르겠어.
무화과: 읽으면서 불편하진 않았는데, 읽고 나서 계속 내용을 곱씹게 돼. 나도 어렸을 때 자극적인 포로노를 통해 섹스를 처음 알게 됐어. 근데 비슷한 걸 봐도 나와 필자는 다른 양상을 가지고 있잖아. 나는 실제로 섹스를 한 후에 옛날에 봤던 포로노는 ‘남성중심적으로 꾸며진 것’이라 생각했어. 그런데 필자는 파트너에게 상처를 줬잖아. ‘아, 필자는 포로노에서 이뤄지는 것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같은 입력값 다른 출력값인 게 제일 기억에 남아.
바기: 우리가 불편한 지점은 포로노에 대한 여성의 불편함과 비슷한 형질인 것 같아. 필자는 과거에 포로노를 결제했어.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즐긴 포르노를 기반으로 한 폭력적인 섹스, 연애에 분노하고 있잖아. 당시 또래문화를 즐긴 사람의 과거를 듣고 나니 발생하는 불편함인 것 같아. 스스로 성찰을 하면서 뒤늦게 페미니즘을 접하고 가부장제 해방을 얻었다고 하는데, 앞선 전사를 다 듣고 난 후에 결론이 남성 해방이라는 것도, 뭔가 짜증이 나고… 하지만! 잘못할 수 있지.. 나도 반페미였던 시절이 있으니까.
쿼카: 그건 다르지! 이 사람은 실제로 현실 관계에서 폭력을 행사한 거잖아. 뭔가 이런 사람이 페미니즘이 남성을 해방시켜 준다고 말하니까. 누가 어떤 발화를 하는 지도 되게 중요 하잖아. 앞에 나오는 이야기들과 결론으로 말한 이야기가 적절한가에 의문이 드는 것 같아.
무화과: 페미니즘도 결국에 특정한 한 성을 위한 게 아닌 가부장제 해방이 목적이잖아. 근데 여기에서 필자는 폭력에 노출되고 폭력을 실천한 사람인데. 폭력을 사용한 사람이 ‘해방’이라는 단어를 쓴 것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껴. 이건 해방이 아니라 성찰과 반성이 아닐까? 폭력을 행한 사람이 페미니즘으로 성찰한 것이 해방이 될 수는 없는 거잖아.
바기: 이 사람은 페미니즘을 통해 성찰했고 그렇게 접한 페미니즘에서 가부장적 남성상을 발견하고 남성 해방까지 하게 된 것 같아. 그 흐름으로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
쿼카: 어떻게 보면 필자도 피해자일 수 이있어.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이에게 폭력적인 포르노를 노출시킨 사회의 피해자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가해자이기도 하고. 피해와 가해를 딱 이분화할 수 없으니까. 바기 말대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어. 이 글은 남성을 타깃으로 쓴 글 같아. 그래서 우리가 봤을 때 불편함을 느끼는 거지. 그럼에도 이 글이 적나라한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는 글이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는 거 같아. 항상 이런 적나라한 이야기는 남성들 사이에서 오고가는 것이지 이렇게 텍스트로 접하지는 못하니까. 그치만 이 사람의 ‘남성 해방’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에 대해 느끼는 불편함은 어쩔 수 없어.
바기: 위 인용구가 전체를 시사하는 문장인 것 같아. 삽입 위주의 섹스. 그리고 남성에게 종속당하는 연애관과 이어지는 가정에서의 억압 모두. 그 원천에 무엇이 있는지 이 남자의 생애 과정에서 드러나잖아. 잘못이 무마되고 관련된 산업이 키워지고. 이 과정을 보면서 지금의 이 사회가, 왜 이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성교육이 중요한지 여실히 깨닫게 되는 것 같아.
쿼카: 2020년에 여가부에서 "민망할 정도로 적나라하다"라고 하며 성교육 책 출간을 금지한 적이 있었잖아. 이러니까 초등학교 2학년 애들이 포르노를 보는 거지! 문화적 차이가 있는 것도 분명하지만.. 어쨌든 간에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거지!
바기: 너네가 막는다고 안보지 않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