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일은 인간의 사랑 행위 중 일부일 뿐, ‘동물과
섹스하는 사람’과 동의어가 아니다. 그들의 목적은
섹스가 아니라 동물의 삶을 성의 측면까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바기: 삽입 섹스가 목적이 아닌 섹스를 생각했을 때 주필리아와 소아성애의 존재가 불쾌한 대상이 아닌 거지.
무화과: 우리가 수간이 아닌 페도필리아로 봐야 하는 이유는 수간은 이성애에 기반한 삽입 섹스가 중심인 관계라면, 페도필리아는 사랑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야. 사랑은 추상적인 개념이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잖아. 돌봄, 존경, 우정, 우애, 인류애 등등… 난 개인적으로 돌봄이 제일 좋아…
바기: 문제의 중심은 주파일이 아니라 삽입 중심의 성기 문화라는 거지.
쿼카: 사랑에 다양한 형태가 있잖아. 그렇다면 연인 간의 사랑과 다른 사랑을 구분 짓는 기준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었어. 이것도 이분법적으로 사고하기 때문에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 같거든? 보통은 연인 간의 사랑을 구분 짓는 기준을 ‘섹슈얼’한 것으로 이야기 하잖아. ‘내가 진짜 걔를 좋아할까?’ 라고 물으면 ‘너 걔랑 키스할 수 있어?’ 라고 반문하는 것처럼. 근데 원나잇도 하잖아. 사랑이라는 것은 섹슈얼한 것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거든? 그러니까 연인이란 뭘까? 사랑이란 뭘까?
바기: 난 정말 모르겠어요~ 사랑이 무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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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의 의미는 계속 재정의되어야 한다. 사랑이나
성애의 상대가 누구든 간에 동등함과 관계성, 인격적
관계가 에로틱한 것이며 이러한 상태(사랑)가 우리를
구원한다는 사실이다.
쿼카: 이 부분을 읽고 한 선생님이 고양이와의 에로틱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 떠올랐어. 고양이와 단둘이 있을 때의 엄청나게 친밀한 감정에서 알 수 없는 에로틱함을 느꼈는데 이건 인간의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것이었다고 말씀하셨거든. 결국에는 ‘에로틱’을 재정의해야 한다는 말이 이 사례와 너무 잘 맞았다고 생각했어.
무화과: 관계라는 것은 엄청나게 변하고 있어. 우리가 중학교 때부터 ‘썸’이라는게 등장했잖아. 근데 요즘에는 ‘시츄에이션십Situationship’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대. ‘연인관계처럼 정서적, 육체적인 연결을 주고받지만, 서로에게 구속되지 않는 관계’를 얘기하는 거야. 과거에는 만나고 데이트하고 커플이 되고 결혼하고 아이 낳는 것이 과정이었다면 시추에이션십은 연인과의 관계를 가정하지 않고 관계를 이어가는 거야. 썸이랑도 다른 거지. 이렇게 관계의 재정의가 계속 생기는 만큼 애로틱에 대한 것도 재정의가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바기: 눈빛도 섹스 일수도 있다는 말이 충격이었는데 정말 알 거 같은 거야. 나는 핏줄이나 사소한 것도 섹슈얼하게 느껴지는데 그럼 나는 섹스를 일상에서 잘 즐기고 있는데, 아 섹스는 주고받는 게 섹스인가? 그럼 아닌 거 같은데 ㅎ
쿼카: (다급하게) 섹스에서 중요한 것은 삽입이 아니라 눈빛, 말 한마디, 그런 거라는 거지~!
무화과: 지금 이성애 종말 시대 아니야?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고 초등학생들이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대가 도래한 만큼. 모든 관계에서 기본 전제는 호감과 사랑이라고 생각하거든. 사랑과 ‘에로틱’이라는 개념이 단순히 성관계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것을 기반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건데. 그 논의를 우리가 주체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20대 스스로도 노력을 하고 싶단 말이지. 우리의 관계도 어떻게 보면 에로틱함. (급발진) 나 진짜 너네가 애인 같거든. 얘네랑 어떤 관계지?라고 생각할 때가 있단 말이지. 우리가 연락 안 한 날이 없단 말이야. 서로의 사회적 연결망이 되고 있는데, 과거에는 가족이 사회적 연결망이었다면 이제 개인과 개인이 연결망인 세상이 오고 있는 거지.